(서방)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거듭 말하지만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일세

 카르타고의 주교, 순교자 聖 키프리아누스 (A.D. 210~258, Cyprianus Carthaginensis, Cyprian of Carthage) : 서방교부


3. 내가 칠흑 같은 밤의 어둠 속에 안주하여 있었고 이 세상의 험난한 바다에 이리저리 떠다니면서 의혹 가운데 그릇된 길을 가고 내 삶의 의미조차 모르고 있었을 때, 나는 빛과 진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네. 그때 나에게는 삶이 힘들고 어리석은 것처럼 보였지. 그러나 이것은 바로 하느님의 자비가 나에게 구원을 약속하는 것이었네. 사람이 새로 태어날 수 있기 위해서 또 구원의 물로 씻김을 받아 새로운 생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전의 생활을 청산해야 하고, 비록 육체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하더라도 마음과 정신이 변화되어야 하네. 우리의 타고난 체질에 이미 굳어 있거나 오랜 옛 습성에 의해 자라난 것을 한순간에 갑자기 벗어 버리는 그런 회개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하고 나는 자문해 보았었지. 이런 것들이 아주 길고 깊게 뿌리박혀 있었어. 축제의 만찬과 풍성한 음식에 젖어 있던 자가 검소한 생활을 언제 배울 수 있겠는가? 금과 자주색 도포로 값진 옷을 돋보이게 하던 자가 어떻게 평범하고 단순한 의복을 걸칠 수 있겠는가? 높은 직위와 명예를 누리던 자는 품위 없는 감추어진 생활을 할 수 없었지. 공적 모임에서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칭송을 받아 오던 자에게는 혼자 있게된 것이 하나의 형벌처럼 생각되었지. 습관적으로 늘 그랬던 것처럼, 술 취하고 싶은 마음이 유혹했고, 교만에 부풀어 있고 분노에 불태우고, 강탈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싶고, 야심의 충동을 받으며, 정욕에 몰두하고 싶은 마음 등 항상 이런 유혹들이 집요하게 따라다녔지.
4. 이런 유혹들이 자주 내 주위에 맴돌고 있었어. 사실 나는 지난 세월에 수많은 잘못들의 포로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었지. 나는 굳어 버린 악습들에 그다지도 젖어 있는 생활을 개선할 가망이 없다고 보고, 이미 내 것이 되어 버려 내 안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악들에 다시 빠져들었지. 그런데 내가 새로 태어나는 물의 도움을 받아 지난날의 허물을 씻어 버린 다음에는 위에서부터 오는 빛이, 속량되고 깨끗이 된 내 마음속으로 쏟아져 들어왔어. 내가 하늘위 성령의 물을 흠뻑 받고 난 다음 제 2의 탄생이 나를 바꾸어 놓았으니 모든 의심은 묘하게도 밝혀지고, 닫혔던 것이 열리고, 어둡던 것이 빛나고, 전에는 어렵게 보이던 것들이 쉬워지고,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것들을 행할 수 있게 된 거야. 이렇게 되자 나는, 죄악에 젖어 있던 이전의 육적인 삶은 땅에 속한 것인 반면 성령께서 생기를 주신 삶은 죽음이 제거되고 덕스런 생명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필히 깨닫고 알 수 있게 된 걸세.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자네는 알아듣겠지. 자화자찬은 가증스런 자만을 낳게 되지. 이것은 자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은총일세. 이것은 인간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역사하심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네. 지금 죄짓지 않는 것은 믿음에서 오는 것이고 전에 죄지었던 것은 인간의 오류에서 오는 것일세.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거듭 말하지만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일세.
- 도나투스에게 3-4. : 교부문헌총서 1(이형우 옮김, 분도출판사, 1987) -

"사도들과 가깝던 고대의 가르침을 윤독하며, 모든 교파들이 같은 영성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버지, 모든 교파가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며, 초대교회의 선조들처럼 하나되고 정화되게 하소서. 저희 모든 아들 딸들이 동서방 교부들의 일치된 가르침을 통하여, 사도들이 물려준 '그리스도교 본래의 영성'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